2020. 10. 16. 09:09ㆍ2020 SBA OJT Project
누군가 내게 지난 한 주, 프로젝트 진행상황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거친 풍랑 아래 암초를 만나 좌초하는 배"같았다고 말하리라.
나는 다양성을 상당히 존중하는 편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이 잠재력이 되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리팀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머릿수에 그 나이를 곱한 것보다 훨씬 많았기에 내가 몰랐던 세상과 조우할 수 있었고, 함께하는 한 주 한 주가 즐거움으로 가득할 수 밖에. 그래서였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아이디어들을 모두 데려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결단을 내려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당장 이번 주에 인사 담당자 앞에서 우리가 4주동안 고민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설득하고, 받아들이게끔 해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절실했고, 그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앞을 보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앞세우며 옆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는 하고 있지만 전혀 나아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통"이라는 학문을 오랜시간 공부하면서, "말" 만이 진정한 소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정말 고민되던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루종일 전혀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일정을 끝마치고, 남은 시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우리팀을 그려내야할 지 끝없이 고민을 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해온 "소통" (=배려) 란 비즈니스 상에서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과 집중의 이면에는 "아니다 싶을 때 바로 행동할 수 있는 결단력"이 꼭 필요하겠다는 새로운 가치관도 내 마음을 두드리며.
그 결단력 안에서, 우리의 구조요청을 듣고 헬리콥터를 타고 날라온 수리공들을 맞이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자 했다.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 우리.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기업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 이해관계라는 형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과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그저 "그들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만 죽 나열해놓고, "이걸 실현시켜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아무튼, 기획안을 전체적으로 수정하면서, 과제, 알바, 이번 주 내내 3시간 이내에 제대로 침대에 누워서 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피곤하고,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고단했지만. 지난 번에 '한 번 해봤으니 잘 하겠지' 싶었는데 막상 또 0에서 시작하려하니 어떻게 틀을 잡고, 디자인을 구상하고 색을 넣을지가 상당히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 팀에 아주 똑똑하고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팀원들이 있어서 기둥을 잡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지난 프로젝트때는 실무진 분들께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번에는 순전히 우리만의 힘으로 해낼 수 있어서 무척 뿌듯했다.
사람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비논리에 부딪히다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고려해야하는 요소들을 잊어버릴 때가 많기도 하지만..
존중과 경청이 아닌 침묵과 외면으로 말이다.
나는 모든 "관계"는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구직자-기업, 연인관계, 부모자식관계, 친구사이, 국민-정부의 관계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들은 결국에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낯설고 설레는 그 순간을 벗어던지고 그 관계의 목적성이 분명해질때 우리는 더 진지해진다. 한 쪽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고 소통하기를 멈춘다면, 결국 오해가 쌓이거나 헛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그 안에서 신뢰는 끝이 난다. 신뢰를 잃은 관계 안에서는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어떠한 라포도, 어떠한 미래도 그려질 수 없다.
하지만 침묵과 외면은 가장 쉽고 빠른 해결책일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정답에 가까운 방향만 있을 뿐.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번 프로젝트와는 달리 조금 더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우리 배는 수리를 마쳤다. 꽤나 괜찮은 보수공사를 통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와줄 솜씨좋은 수리공을 곁에 두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아무튼,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우리도, 기획안을 보는 담당자분들도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일 발표 끝에는 진흙 속에 파묻혀있는 우리팀이라는 원석이 발견되고, 반짝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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