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정상들의 잠수함 속 골방회담, "강철비2: 정상회담"

2020. 8. 11. 02:30Review

박스오피스를 주름잡고 있는 <강철비 2: 정상회담>

 

 

최근에 우연히 시사회 하는 시간에 영화관에 들렀다가 영화의 존재를 알고, 보고 왔다. 시놉시스나 출연 배우가 누군지는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그저 영화에 몸을 맡긴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고 왔다. 역시 정치 영화답게 큰 소리(총소리)가 많이 나서 보는 내내 눈을 가리고 가방을 꼭 끌어안은 채 봤지만.. 

 

너무 좋았던 강철비 메인테마, 일렉 사운드가 매력적!!!! 

 

먼저, 강철비는 웹툰이 원작인 영화여서 반가웠다.

다음/카카오 웹툰으로 꽤나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강철비2는 영화에 맞추어서 새로 웹툰이 나온 것 같고, 1편은 웹툰이 원작인 것 같았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저 폭발 구름 

 

<공동경비구역:JSA>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까지, 학부 교양수업때 들은 "북한학"과, 분단국가를 주제로 한  "한국 문화론"수업, 여기에 주변 남자 지인들의 군대 이야기를 귀동냥하며, 내 나름대로 한국전쟁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을 주제로 한 미디어 믹스나, 지구 상에서 분단을 겪은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생겨서, 이번 영화도 또 다른 배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퀄리티의 CG와, 마치 나도 잠수함에서 그 긴박함을 함께 나누는 사병1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평소라면 가볼 수 없는 청와대 내부 구조도 볼 수 있었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곳곳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왔다. 

<주의: 나는 영화에 대한 어떠한 리뷰, 줄거리, 웹툰도 보지 않은 순수한 입장에서 작성하는 것이다> 

 

일단 북한 국무 위원장에 대한 묘사가 현실적이지 못하다.. 고 생각했다.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아버지,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얼마나 닮고 싶어 하는지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살집이 있는 배우를 기용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헤어스타일, 체형, 걸음걸이, 말투까지,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북한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 안팎으로 정말 부단한 노력을 해오는데(아래 링크 참조), 영화 안에서 최고 통수권자로 묘사된 캐릭터는 조금 자기 세계관에 빠진 못난 안경 재비 같은 느낌이었다. 

 

 

<갈수록 김일성과 붕어빵처럼 닮은 김정은> | 연합뉴스

<갈수록 김일성과 붕어빵처럼 닮은 김정은>, 이준삼기자, 정치뉴스 (송고시간 2012-01-05 08:01)

www.yna.co.kr

 

그리고 아무리 북한의 최고 통수권자가 해외 유학파라고 해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통역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물론 잠수함의 좁은 골방에서 우락부락한 서양 아저씨의 힘에 눌리고, 공용어인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문 통역사도 구사하기 힘들 역사적 사건들이나 정치적 이슈들을 간결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는 모습이 내게는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뭐.. 그래도, "네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도 똑같이, 아니 더 심하게 행동할거야." 라는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고집불통 나라 사람에 대한 묘사는 꽤나 잘 되어있었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만나 온 경우 없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으니. 저 나라는 저런 사람들이 모였으니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겠지, 하며 최근에도 뉴스를 틀 때마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한국에서 만든 영화들의 한계점일 수도 있는데, 주조연 배우들의 외국어 및 북한말 실력이 조금 아쉬웠다.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현지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섭외했어도 괜찮았겠다 싶었다.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북한말까지.... 하지만 내가 최근에 촬영을 위해 배우들, 감독들과 직접 컨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보니, 이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특히 이런 코로나 상황에서는.. 

 

그런데, 북한말에 왜 자막을 달아놓은 걸까?

마치 중국/대만사람들이 서로 콘텐츠에 간체자/번체자 자막을 달아 놓는 것이 생각나서 위화감이 들었다. 오랜 세월 분단국가로 지내면서 달라진 어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 쓰이는 북한말은 자막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자막을 달아놓음으로써 북한말을 같은 한민족의 언어가 아닌, "외국어"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 불쾌했다. 

 

그래도, 잠수함 속 작은 방에 갇혀 평소라면 시간 맞춰 회의하기도 힘든 세 사람이 쿠데타 덕분에(?) 국가원수라는 타이틀을 잠시나마 벗어던지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우정(?)을 쌓고, 한반도 분단의 역사 교실까지 열며, 나아가 평화협정까지 체결했으니 뭐..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수함에서 사람 죽이는게 너무 살벌해서.. 당분간은 이런 총 쏘고 피 터지는 영화는 안 보련다 ㅜㅜ! 

 

P/S: 한국, 일본, 미국 잠수함 이름의 유래와 급(레벨)이 궁금해졌다. 장보고, 돌고래, 버지니아급 등등.. 사람들 말에 의하면 고증은 탑이라고 하니, 나중에 시간 나면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