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코로나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Midnight Train"

2020. 7. 1. 01:27Review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과제, 서포터즈, 프로젝트에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속상하고 내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툭 건들면 눈물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그런 심정. 물론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만만하지 않구나 하고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힘들다고 솔직히 말하고싶은 나에게 선사하는 플레이리스트 

 

 

 

이런 복잡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리얼월드앱을 열었더니, 선물처럼 나타난 Midnight Train으로의 승차권..

디자인이 좀 어둡고 무서워서 반신반의 하면서 클릭했는데.. 

 

 

 

유령과 감성테마는 공존할 수 없는데..? 

 

유령에서 일단 1차적으로 지레 겁을 먹은 후, 나에게 도착한 승차권을 클릭해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많은 질문 속 정답은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다.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경계를 풀 수 없어.. 상대는 리얼월드니까.. 거기에 생생한 열차 BGM까지.. 나는 휴대폰 스피커로 들었지만, 충분히 생생한 음질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따오는 걸까..? 개발자님들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코로나가 아닌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면, 나도 일이나 학업에 쫓기는 일상을 보내면서 막차에 올라탔을 것 같다. 일본 특유의 열차 안내 소리와, 안내 소리가 뒤섞이고, 사람들은 무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목적지에 도착하길 기다리는 그런 적막하면서도 동시에 시끄러운 전철역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을 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종종 내릴 역을 지나쳐서 집까지 멀리 돌아서 걸어오곤 했는데.. 

전차의 밝은 빛과 조용한 차창소리가 따뜻한 자장가처럼 들렸던 걸 수도 :) 

 

 

 

지친 마음에 막차에 올라타, 잘 보이지 않는 맞은편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거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알 수 없는 말들까지.. 게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라니..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에게 하루의 마무리가 이렇게 맺어지는 건 불공평하지.. 

 

 

맞은편의 '그'는 내게 가장 보고싶은 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리라고 했다. 

내가 뭐라고 입력했는 지는 비밀!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내가 가장 원하는 것. 블로그에도 여러 번 언급한 것. 

매일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게임 속 낯선 이에게 전달하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터널 밖의 내 소원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태껏 "소원"이란 굉장히 일방적인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저 내가 바라고, 구하고, 열망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소원도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낯설면서도 고마웠다. 그 "소원"이 더 가까이 느껴지고, 금방이라도 손이 닿을 것 같아서.. 

 

 

정말 많은 걸 질문 했다. 대부분 일상 속 나의 무의식이 내게 끊임없이 묻던 것들로만. 

"수많은 험담들 속에서 당신을 지킬 수 있는 말이 있나요?" 이라니..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옆에 있다면 말해주었을.. 응원이 듣고 싶었다. 굳이 험담이 아니더라도, 나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그런 말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그런 응원이 듣고 싶었다.  

 

 

 

"이미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건 참 모순적이다" 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한 번도 돌잡이 메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정해진 선택지라도, 우리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온전히 담긴 전통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내가 다시 나만의 돌상을 만들 수 있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늘어놓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선했다. 

 

 

 

플레이하면서 나를 떠올렸다. 나를 떠올리고, 가족을 떠올리고, 친구를 떠올리고,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마음을 짊어지고 있을 모든 우리 존재들을 떠올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짙은 어둠 안에 희미하게 빛이 보이는 듯했으나, 다시금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절망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마음 따뜻한 질문과 관심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우리들은 저 어두컴컴한 열차 안의 주인공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루하루 견뎌내며, 언젠가 끝이 있겠지라며 막연히 기다리면서 지쳐가는.. 코로나 이전의 그 꿈과 열정은 희미해져가면서..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어디론가 떠나야할텐데, 물리적으로 어디 가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라도 이렇게 열차에 올라타 낯선 이에게 관심어린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내 일상 속에 작은 기쁨과 스스로를 위한 응원이 필요함을 느끼게해 준 게임이었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은 정말 여러모로 감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