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9. 02:00ㆍReview
"바깥 날씨처럼 내 마음에도 비를 흩뿌리고 싶을 때 보는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ぼくは明日、昨日のきみとデートする(2016)
나는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너의 이름은.'에 이어서 '시간'을 핑계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는, 보는 사람 가슴만 아파오는 이런 이야기로 나의 소중한 며칠을 아린 가슴을 붙잡으며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줄거리나 영화 감상평은 다른 블로그들에 더 잘 나와있을 테니 그걸 참고하시라.
영화 제목도, 장르도 멜로인데 배경음악은 한 번도 멜로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막이 내리고 나서야 왜 계속 우중충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이 계속되었는지 이해했다.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연인의 이야기에 나올 법 한 음악들이 영화 내내 이어졌다.
어제의 일을 얘기할 수 없고 점점 기억이 엇갈리기만 하는 연인이 과연 존재 이유가 있을까.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죽음만큼 강력한 건 아닐까.
코인빨래방에서 현실에 괴로워하는 타카토시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나도 지나간 인연들과 아직 오지 않은 인연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늘 누군가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인연을 시작하게 되면 그 사람과 과거를 공유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아쉬워했었다.
나는 모르는 그의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추억에는 빛바랜 모습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그리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인연을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앞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함께하지 못함에 서글퍼했었다.
나는 앞으로 알 수 없을 그의 작은 순간을 내 기억 속에 묻어두지 못할 테니까.
장거리 연애를 했던 지난날의 나.
스물여섯의 나도 스쳐 지나간 인연이라도 놓아주는 게 이리도 어려운데, 스무 살의 두 사람은 얼마나 힘들어했을까.
데이트하면서 얼굴 볼 때는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만, 바람이 좋거나, 음식이 맛있거나, 풍경이 좋으면 또 떠오르는 슬픈 현실.
즐거웠던 오늘이 끝나고, 헤어질 날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편이 무겁고,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그가 완전히 공감해줄 수 없다는 그 원망스러운 상황에..
혼자서 너무 오래 준비했기에, 막상 헤어지는 날에는 담담하지만, 하지만 직접 눈으로 너를 떠나보낸 후 며칠간 침대 밖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때의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떠올랐다.
아, 쓰면서 또 아려오네.
아무튼 비 오는 날 파전 대신 함께하기 좋은 영화.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팝콘 대신 단단한 마음을 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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