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디퍼런트(Different)"-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2020. 5. 21. 00:50Works

한국에 있는 동안 책을 좀 읽어야겠다 싶었다.

어렸을 땐 공포, 호러, 판타지를 제외하고 장르 불문하고 책을 정말 다양하게 읽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건 그리스 로마 신화나 문화 차이, 자기 계발서, 만화 등등이었다. 소설은 로맨스 소설을 제외하고는 전혀 안 읽었다. 판타지 같은 건 너무 현실성이 부족해.. (가타카 같이 근미래? 에 관련된 과학 소설은 좋아함!) 요즘에는 대학 수업에서 쓰이는 교재나 외국어 관련한 책을 제외하고는 잘 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취업 준비를 겸하며, 앞으로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자 북클럽에 가입하게 되었고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자 마케팅을 테마로 하는 곳을 찾아보고 있었다. 마케팅을 잘 모르는 나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선정한 북클럽을 선택했다. 

선정도서는 디퍼런트(Different)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 저자 문영미 

 

디퍼런트

차별화는 전술이 아니다.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는 태도이다.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첫 한국인 종신교수이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상을 연이어 수상하기도 한 문영미 교수의 책 『디퍼런트』.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가져왔던 경쟁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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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라고 해야 하나 책 안의 말투가 조금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미국 문학을 직역한 느낌) 다양한 상황과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일들을 예시로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어서 상황을 상상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들어가는 글부터 "대형마트에서 여태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시리얼을 하나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우리에게 실생활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만한 일을 제시하며 열고 있다. - 실제로 내가 일본과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매일 아침 무엇을 먹어야 하나 고민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한국어로 봐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의 시리얼, 오트밀 상품들이 늘어놓아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렸다. 

아래는 내가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발췌하고 내 나름 조금 각색해서 나의 말로 풀어보았다.

(1) 내가 왜 그렇게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던가 하니!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 수많은 기업, 수많은 브랜드, 광고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적은 제품 수 덕에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제품 간의 차이를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걸 어르신에게 치약 브랜드 간의 차이점, 아이에게 자동차 브랜드 간의 차이에 대해 얘기할 때와 같은 일이라고 설명하며, 야구 문외한인 저자와 전문가인 친구의 예시도 함께 들었다. 

 브랜드 출시 수를 보면 그 시장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많은 브랜드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앞으로 더 좋은 상품을 출시할 것을 알고 있고, 기업은 경쟁을 심화하고 결국 경쟁은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 앞에 놓이게 되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린다. (Heterogeneity(異種) -> Homogeneity(同種))  나조차도 웬만하면 그저 가성비 좋고 실용적이라면 뭐든 오케이. 그렇기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주변에 있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있는지 기업의 밤낮 없는 노력이 전달되지 않는 건 덤.

(2) 문맹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니!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알듯,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시간을 투자해서 빠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경험했다면, 보다 수월하게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제품들이 계속 진화를 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오랜 내공이 쌓인 전문가들은 쉽게 그 차이점을 인식하고, 각각의 제품들을 쉽게 분류할 수 있다는 말씀.

나는 이걸 보면서 "한컴타자연습"을 하던 나의 세대와 "코딩 교육"을 받는 요즘 세대를 떠올렸다.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서 향후 10년간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중심적으로 가르치겠다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애국가나 마지막 잎새, 나의 사랑 한글날 등을 따라 쓰며 타자연습을 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포토샵에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를 배운다니.. 부럽기도 하고 배울 게 많아 머리 아프겠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4차 산업 혁명에 걸맞은 인재로 진화하게 되어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들이 성숙된 시점에서 그 전체 과정을 단시간 내에 따라잡고자 하는 게 힘든 것처럼, 자바스크립트 같은 이상한 것들 때문에 디지털 문맹이 되어 힘들어할 내 모습이 그려져 벌써 암담하긴 하지만... 

저자는 위 일반적인 사람의 진화는 "겉으로는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것이 똑같다."고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의 사람이 동굴에서 생활하든, 우리가 외계에서 생활하든 (시대와 장소는 크게 달라졌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놀이터에서 놀던 나와 휴대폰과 컴퓨터로 노는 지금의 아이들처럼 우리는 예전에 비해 더욱 풍요로워진 삶을 누리고 있지만 생활양식은 별로 다를 점이 없다는 관점도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밤벚꽃이 예쁘던 도쿄타워 

(3) 제품 확장(product augmentation)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자니! 

1. 추가적 확장(augmentation-by-addition)-> 기존 제품에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
ex) 전자제품의 품질 보증기간을 늘리거나, 기존 상품에 없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 

2. 증식적 확장(augmentation-by-multiplication) -> 소비자의 선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
ex) 코카콜라, 다이어트 콜라, 무카페인 콜라, 레몬 콜라 등 

(4) 나를 "브랜딩"하는 소비라니!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브랜드"를 개인을 나타내는 무기로 쓰고 있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통로, 문화적 언어로서 소비가 현대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상호교류의 형태가 아닌, 일방적인 형태로 자신을 노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기가 계속해서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의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를 자신의 공간에서 드러내고 있고, 자랑하고 추천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가치를 그들이 줄 수 있다고 설득시키는 것. 인간관계나 연인 관계에서도 해당할 듯.. 다른 사람, 다른 여자가 주지 못하는 매력과 재미를 내가 너에게 선사할 수 있다고 설득하며 어필하는 것처럼?

하지만 패션, 구두, 액세서리 등 유행에 민감한 카테고리는 브랜드 충성도가 비교적 강하며, 소비자들도 자신의 취향을 고수함. 반대로 일상용품처럼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은 카테고리나 와인, 식당, 책 등 너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카테고리는 충성도가 높지 않다

(5) 소비의 5가지 유형과 나는 어떤 소비자인가 하니?

1. 카테고리 전문가: 카테고리(분야)에 큰 애정을 가지고 제품 간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낼 수 있는 전문가들. 카테고리 충성도가 높다. 

2. 기회주의자: 거래 자체를 중요시한다. 쿠폰을 모으고, 세일 행사를 쫓아다니고, 마일리지 적립에 관심을 보임.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카테고리를 바라보지만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있는 편. 

3. 실용주의자: 브랜드 간의 차이에 관심이 없고 습관, 가격, 편리함과 같은 부분을 중요시한다. 선택에서의 의욕상실(choice demotivation)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음. 

4. 냉소주의자: 물건을 사러 매장아 가고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 함 

5. 브랜드 로열리스트 :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 일반 소비자들 눈에 괴상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음 

저자가 소비 유형을 다섯 가지로 나누면서, 저자 지인의 소비 유형을 예로 들었는데 나는 이게 꽤 인상적이었다. 나의 상황을 이 사람의 소비 유형에 

<A라는 사람의 소비 활동에서 알 수 있는 카테고리별 소비 유형> -> 이 예시가 너무 신기했다..! 

(1) 주방용품, 술, 신발, 레스토랑 - 카테고리 전문가

(2) 문화예술, 가구, 항공권 - 기회주의자

(3) 전자제품, 호텔, 렌터카 - 실용주의자

(4) 패스트푸드, 티브이, 커피 - 냉소주의자

(5) 액세서리, 시계, 화장품, 패션 - 브랜드 로열리스트 

6. 책은 어땠는가 하니?

결론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독특한 아이디어"가 필요한고, 저자는 이의 하위 카테고리로써"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브랜드"와 같은 공략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카테고리 내 수많은 다른 기업이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어필할 동안, 우리 기업은 조금 덜 보여주고, "우리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면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 싫다면 떠나세요!"와 같은 문장을 제시하며 집사의 관심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고고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처럼.

그리고 갑자기 주변 환경이 바뀔 때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지나친 친숙함은 무감각을 초래한다는 문장도 참 와 닿았다.
친숙함이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작가는 이를 "익숙함(친숙함)이 주는 부작용"라고 말하며 예를 들어, 가구의 위치를 바꾸거나 내 일상에 특별 손님을 초대하는 식으로 지루함, 나태함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건, 작가는 마케팅을 마치 인간관계 다루듯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트레바리 독후감에도 썼지만, 친구관계든 연인관계든,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주면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지에 대해 논하다 보면 쉽게 질리니, 조금씩 조금씩 신선한 충격을 주며 다가가서 나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고.

어쩌면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야말로 마케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든 마케팅이든 정말 정말 어렵다!! 모임에서도 얘기했지만, 마케팅은 결국 인간의 심리와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