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국 유증상자 "음성" 자가격리 + 구호물품 후기

2020. 4. 27. 00:46Experience

새벽 4시까지 잠을 설치다가 겨우 6시쯤 잠들었을 무렵, 오전 8시쯤에 호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에 대한 안내 전화가 왔고 핸드폰을 두려운 마음으로 핸드폰을 급하게 확인하니 아래와 같이 "음성"이라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전날 22시에 검사해서 다음날 오전 8시에 결과가 도착했으니, 8시간 만에 결과가 나온 것!)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안도하는.. 왜 근데 편도는 계속 아프고 두통은 있는 건지... 

 

오디션에서 "합격"문자 받는 아이돌의 심정이 이러할까...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전 10시까지 체크아웃 하라는 말 듣고 9시 30분까지 자고 있다가 한 50분쯤? 에 10시 반으로 시간이 변경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나오라고 할 때까지 방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셨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서인듯 싶다.

 

 

 

 

방문 앞에 살포시 놓인 조식을 먹으며 뉴스를 틀어놓고 늦잠을 자고 있었다. 샌드위치는 정말 일반용으로 팔아주셨으면 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런데 배가 부르고 따뜻해서 그런지 버스 출발 시간까지 다시 자버렸다 ㅠㅠㅠ!! 

급하게 카운터에서 빨리 내려오라는 연락이 왔고, 부랴부랴 가방을 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좌) 호텔 방문 앞을 열어보니 놓여있던 샌드위치와 주스 (우) 타 커뮤니티 카페에서 받았다는 도시락도! 

 

참고로,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검역원용과 격리자용으로 나뉘어있었는데 잠에서 덜 깬 나는 그만 검역원용으로 내려가서 검역원들이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세요!!!!"라고 하셨다 ㅠ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늦은 것도 너무 죄송했는데 그런 실수까지...ㅠㅠㅠ.... 

 

감사하게도 8명의 유증상자 중에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고, 나도 3분? 5분? 정도 늦은 거라 기사님도 승객들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전날 대기시간부터 얘기하면서 친해진 다른 유증상자가 "그러고 보니 국가별로 격리자들 성격이 다 다르대요~"라고 했다. 그녀 말에 의하면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온 유증상자들은 금방금방 화 내고 조금 까탈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온 우리들은 비교적 온순하다고...ㅋㅋㅋ...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다마는 어느 나라에서 지내왔는지에 따라 영향이 있었을 것 같긴 하다. 믿거나 말거나~~

 

무사히 공항으로 도착하고, 공항에서 대기하던 경찰에 인계되었다. 다들 각자 대중교통, 입국자 전용 콜택시, 자차를 이용해서 귀가했고, 나는 아버지가 마중 와주시는 덕분에 자차로 귀가할 수 있었다. 

 

입국자 후송용 버스를 기다리는 입국자들 

 

아버지가 공항까지 마중 나와주셔서 아버지 차를 타고 혹시 몰라 뒷자리에 앉아 귀가했다.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벚꽃이 한국에 무사히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것처럼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만져보고 싶었지만, 14일간 밖에 나가지 못하는 몸이니.. 벚꽃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마치 신포도를 바라보는 여우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귀가 길에 아버지한테 여쭤보니.... 

 

나: 아빠 14일 격리 끝나고도 벚꽃이 남아있을까요?

아빠: 아니, 다 떨어지고 없지. 

 

칼 같은 이과형 아버지.. 흥! 

 

자가격리를 시작하고 첫 일주일은 정말 폭풍같이 보냈다. 

 

취업설명회, 인턴 설명회, 각종 서류 작성, 수업 플랜 등등.. 매일매일 면접이 있었고 설명회를 들어야 했기에 사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냈던 것 같다. 이제야 조금 숨이 틔여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이걸 작성하고 있지만..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고 나면 아래와 같은 사항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은 인터넷상에서도 유명한 구호 물품에 관한 사진들이다. 

유명한 즉석식품 키트 말고도 손소독제나 신선 과일 등도 배달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1. 자가격리 구호 물품 : 쓰레기봉투, 손 소독제, 소독용 스프레이, 마스크 

 

자가격리 2일차에 도착한 자가격리 물품 : 쓰레기봉투, 손소독제, 소독용 스프레이, 마스크 

 

참고로 자가격리 물품에 들어있는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가 아니라 "방역용 마스크"였다. 

전날 인천공항에 입국해서도 마스크 바꿔 끼라고 이런 강력한 방역용 마스크를 2번이나 주셨다. 

흔히 뉴스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고 계신 의료진들 얼굴에 마스크 흉이 남는 게 이 강력한 마스크들 때문인 것 같았다. 

20분만 껴도 얼굴이 아파오는데, 저걸 하루 종일 끼고 계신다니.. 다시 한 번 감사와 박수를 드리고 싶다. 

 

2. 자가격리 구호 물품 : 즉석식품, 마스크, 쓰레기봉투, 물, 쌀, 휴지, 김, 칫솔, 참치캔, 곰탕, 소시지, 김치볶음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자가격리 구호 키트! 

구청에서 키트가 필요한지 사전에 전화를 주시는데, 필요가 없는 사람은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 

나는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전화드리자 하루? 반나절? 만에 구청에서 직원분이 직접 가져다주셨다! 

주소 기재상 오류가 있었던 건지 다른 동네로 한 번 가셨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 

 

대부분 오뚜기 제품이네... 이제부터 즉석식품은 오뚜기만 산다!!!!!! 
흰쌀+잡곡이라니... 이런거 다 나눠주면 회사는 남는 게 있는건지... 긴급상황에 이렇게 지원하고 잠재적 소비자를 얻는 마케팅인건지.. 여기서 또 배워갑니다.. 

3. 자가격리 구호 물품: 각종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 

사실 이건 몰랐는데 특정 기간 중 입국한 자가 격리자를 대상으로 각자 신청을 하면 농협에서 과일을 보내주었다. 

담당 공무원분께서 문자로 알려주셔서 나도 바로 신청했다. 공무원께서 "사기 아닙니다"라고 문자 마지막에 덧붙여주셔서 안심할 수 있었다 ㅋㅋㅋㅋ.. 잊고 있었지만 한국은 이런 문자 사기가 참 많지..  

 

 

담당 공무원님 너무 재밌으셔 ㅎㅎ.. 사기아닙니다!!!! 
고급 한지에 쓰인 따뜻한 문구..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저 참외랑 오이는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의 신선함과 최고의 당도를 가지고 있었다.. 아.. 또 먹고 싶네..ㅎㅎ.. 

원산지 다 체크해놨으니 앞으로는 저기서만 사 먹어야지... 농협 최고.. 

 

이제 자가격리 해제하기 며칠 안 남았다.

해제 전 재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오면 나는 이제 자유의 몸!!!!!! 

물론 위의 모든 물품들 + 재검사 비용까지 무료인 우리나라... ㅠㅠㅠ..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건강하게 잘 돌아온 만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의미 있고 알차게 살아야지!!! 

 

 

재검사 음성때 카톡 프사로 바꿔야지~~~

 

추신: 이 글과 전 글 카테고리가 "일상다반사"인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상이 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며... 코로나가 얼른 끝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