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급차/응급실 + 나리타 - 인천 공항 + 코로나 유증상자 일본발 입국 후기

2020. 4. 26. 22:25Experience

코로나가 터지고 2개월째, 일본에 있던 나는 아주 급하고 "특별한" 귀국을 해야만 했다.

 

그전에 왜 내가 비행기 시간 이틀 전에 표를 사고 급하게 아주 급하게 들어가야만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하늘은 무심히도 왜이리 예쁘던지... 

 

사건은 수요일 오전에 일어났다. 

전날 먹은 저녁이 소화 불량이 지속되던 상태로, 인후통과 두통도 있고, 새벽 4-5시까지 잠들지 못해서 결국 소화제를 가지러 가던 차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멕시코에서 있었던 실신 경험이 떠올라 너무나 두려워졌고,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바로 구급차를 불렀다. 

 

처음에 110번(우리나라 112)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119로 전화하라고... ㅎㅎ.. 정신을 가다듬고, 119로 전화해서 "코로나 증상이 있는 것 같다. 숨쉬기 힘들다. 살려달라"라고 반복해서 전하고 나보고 정신을 붙들라던 119 상담원에게 간신히 집주소를 말했다.

 

그러고 한 5-10분 정도 지났을까, 집 근처로 구급차 소리가 났다. 

일본내 보호자인 타상한테도 연락을 돌리고 다행히 걸을 수 있을 정도여서 내려가니, 방역복을 입은 구급대원 3명이 출동했고, 구급차로 함께 올라탔다. 구급차 안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상태였다가 아니었다가를 반복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느낀 문화 차이!

우리나라 같으면 근처 대형 병원 응급실로 바로 보내는데, 일본은 구급차에서 일단 환자가 응급구조사(파라메딕)와 함께 대기하고 근처 대학 병원 응급실에 내 상태를 전달하고 진단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보내는 것 같았다. 막 골절이 있거나 심한 출혈이 있는 등 "정말"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더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최근 도쿄에 코로나로 인해 환자가 너무 집중되어서 병원 찾는 데만 해도 최대 13시간 정도 걸릴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봐주시더라.. 

 

하지만 30분.. 1시간이 지나도 나를 받아줄 응급실이 나오지 않았고...

 

구급대원들은 시간이 너무 이르니 9시에 병원이 열면 가는 게 어떠냐고 계속 권유하셨는데, 상태가 잠시 좋아졌던 나는 "그렇게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구급대원 화색이 돌면서 종이에 서명하게 하고 귀가조치를 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또 상태가 안 좋아져, 이러다가는 다시 응급차 부르겠다 싶어 그대로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꼭 찾아봐달라"라고 부탁했다. 

 

운이 좋게도 1시간 반 만에 근처 대형병원을 찾을 수 있었고, 15-20분 정도 걸리는 동안 나는 숨 못 쉬어서 죽겠는데 계속 옆에서 구급대원이 "일본말 잘한다, 어디서 배웠냐" 등 쓸데없는 말을 자꾸 걸어서 아픈데 더 아픈 느낌.. 정신 붙들라고 계속 말 건 건지.. 아니면 재미 삼아 그러시는 건지... 

 

(国立国際医療研究センター病院)

내가 갔던 병원 "국립 국제 의료 연구 센터 병원" http://www.hosp.ncgm.go.jp/en/index.html

 

Center Hospital of National Center for Global Health and Medicine|Center Hospital of National Center for Global Health and Medic

Notice on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Our hospital, which is designated as a designated infectious disease medical institution, equipped with facilities such as outpatient examination rooms, and bed ward with negative pressure rooms dedicated to in

www.hosp.ncgm.go.jp

 

아무튼 응급실에서 엑스레이 검사 및 링거를 맞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이야길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왜인지 멀미와 두통, 무기력감, 인후통은 없어지지 않아서 계속 불안했지만... 

 

응급실 다녀오고 푹 쉬고, 저녁에 내과에서 다시 엑스레이 검사를 했다. 

폐도 심박수도 혈중 산소농도도 아주 정상에, 발열, 기침 증상도 없으니 코로나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전문의 의견을 한 번 더 듣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채혈검사를 했을 때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높아, 알레르기성 감염 위험이 있다고.. 일본은 일반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없어 혹시 모르니 한국에 돌아가서 코로나 검사를 제대로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결국 가족들한테 이걸 전하자 너무 놀라 하셨고, 급히 귀국을 결정하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는 일본에서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대한 불안감(우리 집 근처에 맨날 앰뷸런스가 들려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걱정 (최근에 집이 15-30초 정도 약하게 흔들릴만한 지진이 있었다. 인생 첫 지진 경험ㅠㅠ...) 취업에 대한 걱정, 새 학기 증후군, 혼자 생활의 막막함, 사회적 교류의 감소에 급성 소화불량에.. 그 와중에 브라우니에 꽂혀 마켓오 브라우니를 하루에 10개씩 먹다 보니 카페인 쇼크까지 같이 온 듯하다 ㅋㅋㅋㅋㅋ...

(이제 와 웃을 수 있지만..) 

 

 

출국 준비 완료!! 헷!!! 

 

집에서 공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비행기 시간도 4시간 앞으로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버스 시간도 바꿔야 했다.. 

게다가 늦잠까지 ^-^...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갈 마음이 있었던 건지... 정신 차리자... 

 

불안하고 경황이 없다보니 목적지인 나리타가 아니라 하네다(우리나라로 치면 김포 공항)로 예약을 해버린 것!!!

그걸 버스 출발 10분 전에 승차장에 도착해서 알아버린 탓에 진짜 말도 못 할 1차 패닉.. 다행히도 승차장에 상주해 있던 직원분들이 티켓 예매소한테 전화해서 시간+목적지 변경을 도와줘서 20-30분 정도 기다리고 바로 갈 수 있었다. ㅠㅠㅠㅠ 

 

혹시 늦을까 싶어 제주항공 모바일 체크인이라도 하려고 했더니, 나리타-인천 노선은 모바일 체크인이 안 된다고...! (원래는 올해 3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바로 제주항공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상황을 전해달라고 연락했지만 "체크인 카운터 상황에 따라 카운터 클로징이 더 빨라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이때 2차 패닉..

 

다행히도 도로에 차가 없어서 평소라면 1시간 40분-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가 1시간 만에 도착한 덕분에, 오히려 여유롭게 체크인했다. 

체크인할 때 열이 37도가 넘는지 체크한 후 짐을 맡기고 바로 출국장으로 향했다. 

 

 

 

 

1. 기내 건강상태 질문서 작성 + 전문가와의 상담 

 

비행기에서 위와 같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데, 코로나 증상에 해당하는 항목 한 가지라도 있으면 바로 유증상자로 분류된다. 

나는 현지 병원도 방문했었고(항목에는 현지 병원 방문에 대한 질문도 있었음), 오한, 인후통, 두통,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있었기 때문에, 무증상으로 체크하고 귀가하고 보건소에 갔다가 양성이 되어버리면 동네방네 너무 민폐일 것 같아서 가족들 보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유증상으로 제출했다. 

 

공항에 밤 7시쯤 도착하고,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2번의 공항 내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쳤다. 상담일지를 쓰시는 분께서  "구체적인 학교"이름 까지 물어보셔서 조금 낯설었다. 우리 학교가 인지도가 있고 발음하기 쉬운 게 아니라 말하면서도 좀 부끄럽긴 했지만.. 

 

다른 비행기를 타고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유증상자들을 먼저 보내느라고 2-3시간 정도 공항에서 대기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간단하게 불고기버거와 콜라를 제공받았다. (아아.. 대한민국 정부가 보여준 환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 

 

(좌) 거의 3년만에 먹는 버거? 평소에 햄버거를 잘 안 먹는다 (우) 텅텅빈 국제선 도착 안내판.. 있을 수 없는 일.. 

그 날 제주항공을 타고 온 승객은 총 100명(카운터 직원 피셜) 정도였는데, 나처럼 유증상자로 자진 신고한 사람은 총 8명이었다고 한다. 우리 8명은 특별 입국 카운터를 거쳐 방역복을 입은 군장병의 인솔을 받으면서 아래처럼 생긴 소방 버스로 이동했다. 

(흑흑.. 다들 군복무 하는 것도 힘들텐데 이렇게 민간 지원 나오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2215666

 

소방서에 소속되어있는 차량종류중에 물 뿜는 호스 말고도 일반 관광버스처럼 생긴 버스도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운전기사님 역시 방역복을 입고 계셨다. 

 

 

2. 코로나 PCR검사 

 

밤 10시쯤 공항 근처의 국립 인천공항검역소 앞 개방형 텐트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인천공항을 정말 100번 넘게 왔다 갔다 한 것 같은데 이런 곳이 있는 줄 난생처음 알았다..

그리고 주의사항으로 검사 중 사진을 찍거나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마 게 중에는 이걸 그저 신기하고 가벼운 경험 삼는 사람도 있어서 몇 번이고 강조를 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다들 그러지마용..!)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위의 사진처럼 비내검사 1번, 구내 검사 1번으로 총 2번의 검사를 한다.. 음.. 블로그에서 겁준 것만큼 아프지는 않았는데 인후가 원래 부어있는 상태여서 이튿날까지 후유증이 남긴 했다. 주의사항으로는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해 입 검사할 때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코 검사할 때는 마스크를 입까지 쓰는 것! 몇 번이고 강조해서 주의를 주셨다. 

 

3. 결과 나올 때까지 격리하는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 

 

검사 후 검역소에서 버스로 약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하룻밤 머물 ORA HOTEL 오라 호텔이 있었다.

지금 찾아봤는데 4성급 호텔이었구나.. 이걸 무료로... 아 진짜 자국민 사랑의 끝은 어디인지.. 국뽕이란 게 차오른다 스멀스멀... 

 

https://www.booking.com/hotel/kr/ora.ko.html

 

★★★★ 호텔 오라 인천, 인천, 대한민국

호텔 오라 인천은 독특하고 세련된 건축물과 내부 디자인에 따스한 서비스를 겸비한 4성급 호텔입니다. 호텔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12km 거리에 있으며, 구내에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 구역에서 무료 Wi-Fi 이용이 가능합니다. 무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www.booking.com

촌스럽게 이런거 사진찍고 다닌다.. 그래도 넘 좋은걸!!! 

 

오랜만에 편안하게 넓은 침대에서 대자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켜고.. 

배우 이민호 치킨광고가 어쩜 그리 맛있어 보이던지.. 집에 가면 꼭 시켜먹어야지 하다가도 자가격리 막바지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못 시켜먹고 있다.. (소고기는 이제 그만..) 

 

(좌)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로된 뉴스.. 너무 행복했다... (우) 새로나온 BBQ 광고.. 아 너무 부럽다고... 그와중에 존잘...더킹흥해라.. 

 

 

호텔 체크인할 때 받은 안내문! 정말 철저하다 

 

 

검사가 나올 때까지의 그 6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을 만큼 '코로나면 정말 어떡하지.. 나 어떻게 되는 걸까.. 죽는 걸까..' 싶어 불안했다가 괜찮아지는.. 그런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부모님은 "양성이라도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일본에서 병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취업활동, 수업, 인턴, 방세 등을 이유로 아마 나도 입국을 계속 미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네 마트, 공원에 나갈 때마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돌아 다니는 사람들, 마스크 안 쓰고 조깅하고 동네 인스타용카페에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다. 

 

코로나 결과와 자가격리 후기는 2편에 계속!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보니 자꾸 이렇게 글이 무거워진다.. 

 

참고로 오늘 받은 모든 전문가와의 상담, 검역소/호텔 이동, 코로나 검사, 저녁식사, 호텔 숙박은 모두 무료였다! 

대한민국 짱.. 영국 자동 출입국 심사때도 여권 파워가 쎄서 행복했는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 오늘의 글은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마무리...!